HTS추천 공공 순환버스 확산…서울 자치구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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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5-09-05 13:26본문
마을버스 등이 가지 않거나 운행 간격이 긴 지역에 지역순환버스를 투입해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조치다. 다만 자치구의 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이동권을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마을버스가 없던 중구는 지난 1일부터 마을버스를 대신할 공공시설 셔틀버스인 ‘내편중구버스(사진)’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구내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편중구버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탑승권을 발급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버스는 충무스포츠센터와 회현체육센터, 중구청소년센터 등에서 개별적으로 운행하던 셔틀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시설을 연결한다. 2일 구 관계자는 “운행노선은 공공시설 외에도 생활권을 넓게 아우르도록 구성했다”며 “고지대 거주지를 연결해 교통 불편을 겪던 주민들의 이동 여건이 개선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노원구도 지난 7월부터 공공시설을 잇는 ‘노원행복버스’ 운영을 시작했다. 행복버스는 마을·시내버스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체육시설과 주민센터, 문화예술시설 등을 쉽게 이용하도록 만들어졌다.
구는 “구도심이다 보니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아 민원이 들어온 지역이 많았다”며 “시설별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기존 버스노선과 겹치지 않도록 노선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순환버스로 마을버스의 수요 확대를 견인한 곳도 있다. 지난해 성공버스(성동구 공공시설 무료셔틀버스)를 만든 성동구는 버스 개통 300일 만에 마을버스와 상생 효과를 내고 있다.
구에 따르면 마을버스 승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8월12일 기준), 2024년 10월 성공버스 도입 후 마을버스 승차 인원이 전년 동기 대비 7.18%(약 60만명) 늘었다. 성공버스와 노선이 중복되는 마을버스의 승차 인원은 7.96% 늘어, 비중복 노선(4.78%)보다 3.18%포인트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구는 “성공버스를 통해 유입된 승객이 마을버스로 환승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공공이 교통인프라를 선제 공급해 민간 교통 수요를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상권을 잇는 관광 순환버스도 등장했다. 마포구는 올해 5월부터 관내 명소와 11대 상권을 연결해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 마포순환열차버스를 운영 중이다.
골목상권이 지하철역과 멀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소해 관광 효과를 높이는 것이 구의 목표다. 이를 위해 구는 탑승 현황을 분석해 버스 운행 시간 등을 조정하고 여행업체와 상품 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순환버스가 전 자치구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마을버스 노선 설치 권한이 자치구에 없어 주민들이 버스 배정을 요청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순환버스가 늘고 있지만, 구마다 교통 인프라와 인구 연령대·도심 접근 방식 등이 다르고, 투입 가능한 예산 규모도 제각각이라 보편적인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종종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임성한 작가의 세계관에서 튀어나온 인물들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영화 <신명>에서도 과장되게 묘사한 미신에 대한 그들의 믿음에선 빙의 된 인물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던 SBS <신기생뎐>과 유체이탈이 벌어지던 MBC <오로라 공주>의 향기가 나며, 윤석열의 음식과 미식에 대한 집착은 역시 돼지고기 양배추 찌개 레시피를 줄줄 외던 MBC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의 모습을 비롯해 각종 요리 이름과 조리법이 생활 정보 수준으로 난무하던 여러 작품들을 연상케 하고, 무엇보다 매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판단과 선택을 하면서도 더없이 당당하다는 면에서 수많은 임성한 막장극 인물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그리고 최근, 내란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이 속옷 바람으로 버티며 체포영장을 두 번이나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반사적으로 당대의 ‘짤’이 되었던 임성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2007년작 MBC <아현동 마님>에서 남주인공 부길라(김민성)가 상의를 벗고 책을 읽거나 방을 배회하던 장면. 딱히 개연성도 없거니와 타 드라마에서처럼 ‘몸짱’ 배우의 근육을 과시하는 것과도 전혀 결이 달랐기에 더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며 그 자체 유명한 ‘짤’이자 합성의 재료가 되었다. 윤석열도 2차 체포영장 거부 당시 속옷 차림으로 책을 읽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극 중 부길라의 직업은 검사. 임성한 작가여, 당신은 대체 어디까지 내다보신 겁니까.
물론 부길라의 속옷 바람과 윤석열과의 유사성은 우연이다. 시답잖은 농담의 소재일 뿐이다. 하지만 윤석열과 김건희가 자신들의 삶에서 드러내는 미감이 임성한 막장 드라마의 미감과 대동소이한 건 우연이 아니다. 가령 어떤 종류의 세련된 이미지를 추구하는 김건희의 과시적이고 과잉된 자기 연출은 매우 세련된 50대로 등장하는 <오로라 공주> 황시몽(김보연)이 ‘라비앵로즈’를 부르고 승마로 몸매를 유지하는 것처럼 핍진함 없이 그저 화려하기만 한 설정들이 무작위로 중첩되어 있다. 드라마에서 자주 헤이즐넛으로 상위 중산층의 부와 교양을 표상하던 임성한의 미적 감각이 촌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인물의 생애사 맥락 안에서 미적 취향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대신, 소위 ‘추구미’라 할 만한 코드화된 자아를 수행할 때 어색하고 때로 민망하다는 걸 지적하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오드리 헵번을 노골적으로 흉내 낸 김건희의 작위적 사진 촬영처럼. 그런 추물을 세상에 당당히 공개할 수 있으려면, 자기 세계에 대한 고집을 넘어 불통에 가까운 아집에 빠져야 한다. 막장 드라마의 대가 임성한의 악명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암에 대해, 동성애자의 성적 지향에 대해, 뭐 하나 제대로 된 앎 없이도 당당하게 “암세포도 생명인데, 내가 죽이려고 생각하면 그것을 암세포도 알 것 같다. 내가 잘못 생활해서 생긴 암세포인데 죽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대사를 쓸 만큼 뻔뻔해야, 웃통을 벗은 부길라나 여배우들이 대머리 분장을 하고 원더걸스의 ‘Tell me’ 춤을 추는 장면을 시청자에게 내던질 수 있다. 충격과 고통은 보는 이들의 몫이다.
그럼에도 임성한이 욕을 먹는 와중에 시청률만큼은 착실히 챙겼다는 사실은 속옷 차림으로 뻔대는 윤석열의 추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드라마에서 황당한 전개와 몰상식한 말과 행동이 등장해 부정적으로 화제가 될수록, 상위 중산층에 편입되는 것이 지고의 가치가 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이런저런 차별이 정당화되는 임성한의 속물적(이지만 많은 이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시청률을 끌어들인) 세계관에 대한 진지한 비평적 질문은 사라진다. 윤석열의 속옷 차림도 마찬가지다. 그 뻔뻔하고 외설적인 모습이 오르내릴수록, 그가 대통령 시절 벌이려 했던 친위 쿠데타의 심각성은 의도치 않게 희석된다. 윤석열과 김용현이 허술해서 쿠데타에 실패했다는 건 일부 진실일지라도, 지난해 12월 3일 밤의 사건을 변덕스러운 작가의 1화짜리 칠칠치 못한 소동극으로 비웃을 일은 결코 아니다. 막장 드라마의 가장 위험하고 교활한 점은, 특유의 뻔뻔함과 외설적 태도가 일종의 장르적 특성으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욕하면서 보거나 보면서 욕한다는 사실이 마치 벌을 통해 죄 사함을 받는 것처럼. 그럼에도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그만일 뿐인 선택의 문제가 되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취향과 참을성의 문제로 축소된다. 앞서 진지한 비평적 질문이 사라진다고 했지만, 정확히는 차단된다. 임성한 드라마의 본질적 해악을 다루려는 시도는 이미 비웃음을 사고 있는 부길라의 노출된 젖꼭지에 대한 ‘진지충’의 과도하고 뒤늦은 윤리적 비난으로 곡해된다. 이것이 정확히 현재 국민의힘이 윤석열의 속옷 바람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내란 시도라는 본질적 해악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회피한 채, 전직 대통령 속옷 차림 여부를 공개해 창피를 주는 게 맞느냐는 외설적 갈등으로 몰아가며 정권과 여당의 관용 여부를 문제 삼는 것.
최근 국회에서 여당이 한복을 입고 오자, ‘근조 의회 민주주의’라는 구호와 상복으로 대응한 국민의힘 반응은 그래서 MBC <압구정 백야> 1화에서 주인공 백야(박하나)가 비구니 코스프레를 하고 클럽에 출입하려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들의 상복도 코스프레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클럽에 들어가 비구니 복장으로 주목을 끈 뒤 곧장 의상을 벗어던지고 몸에 짝 붙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무대 위에서 몸을 흔들어 분위기를 뜨겁게 만드는 것이 백야의 계획이다. 백야의, 더 정확히는 임성한의 이 망상은 실현되진 않지만, 그의 상상 신으로 시청자에게 서비스된다. 즉 비구니 코스프레의 우스꽝스러움은 바로 그 우스꽝스러움으로 실제 벌어진 선정적 사건에 대해 시침 뚝 떼기 위한 알리바이가 된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상복을 입고 국회에 나왔다고 해서 누구도 그들이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추모를 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상복이 추모의 의미가 되느냐는 것이 아니라, 상복의 우스꽝스러움으로 국회에서 그들이 벌일 협잡을 가리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협치 사라진 국회, 코미디 같은 드레스 코드 싸움’이라는 사설은 정확히 여기에 호응해준다. “코미디 같은 정쟁 퍼포먼스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정기국회 첫날 상복을 입은 국민의힘의 태도는 국민에 대한 예의에서 한참 벗어났”지만 “지난 몇 달간 독주를 일삼으며 야당을 극단으로 몰고 간 여당과 정부” 역시 “혁명기에 완장 차고 설치는 세력을 방불케 한다”는 게 중앙일보의 논지다. 국회에서 여전히 100석 이상을 차지하는 세력이 친위 쿠데타에 대한 반성도 없고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는 끔찍한 진실의 무게에 대해 질문하는 대신, 상복 코스프레의 민망함에 대해 호통치는 것이야말로 보수 언론과 우파 정치 세력의 협잡인 셈이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와 정치혐오의 메커니즘은 매우 닮았다. 정치가 막장 드라마라는 흔한 비난을 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흔한 비난이 바로 정확히 막장 드라마와 특정 정치 세력이 바라는 것임을 말하려는 것이다. 손가락질 하며 볼 수 있는 외설적 순간들을 상영하며 스스로를 냉소의 대상으로 삼는 방식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의문시하는 질문이나 뜨거운 분노를 회피할 수 있다. 우리를 냉소적 관찰자의 자리에 위치시키며. 부길라의 속옷 차림에 대한 비웃음은 임성한 월드의 천박함에 대해 아무런 생채기도 내지 못한다. 볼썽사나움에 대한 진정한 거부란, 보기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공연되고 상영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윤석열이 구치소에서 보이는 추잡한 존재미학은 창피함이나 민망함의 차원이 아닌 애초에 세상에서 용납되지 않고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처참한 미감으로부터 우리 삶을 지켜내는 방법이다. 이 와중에 임성한이 메디컬 드라마로 복귀한다는 사실이 그 누구에게도 그릇된 미학적 영감을 주지 않길 바랄 뿐이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비동의강간죄와 차별금지법 도입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비동의강간죄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예방하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고, 차별금지법은 “도입 필요성과 의미가 크고 새로운 공론의 장이 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원 후보자는 “약물이나 술 등으로 인해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피해를 당한 피해자가 입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바로 이 같은 피해자 보호를 보완하는 게 비동의강간죄이고, 이는 피해자 보호 사각지대를 예방하기 위한 법”이라고 했다. 그는 “비동의강간죄의 내용에 관한 인식이 없는 가운데, 기존 용어가 아니어서 오해를 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원 후보자는 차별금지법 도입의 필요성을 묻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필요성과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동의하고 새로운 공론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원 의원은 “동성애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이런 질문이) 차별과 혐오에 해당할 수 있고 타인의 삶을 부인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재명 정부가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변경하려는 데 대해서도 ‘제3의 성’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냐고 반복해 질의했다. 원 후보자는 “여가부 확대개편에 맞춘 명칭 개정”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부처 명칭 개정이 성소수자를 법적으로 인정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이어지자 원 후보자는 “제도화의 의미와 인정의 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원 후보자는 낙태죄 관련 후속 입법, 성매매 근절 대책 등에 관한 견해도 밝혔다. 원 후보자는 낙태죄 폐지로 인한 모자보건법 등 개정에 관해 “여성의 건강, 재생산권 보장에 대한 많은 분들의 마음이 모아져서 새로운 법이 발의됐기에 여가부가 적극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성매매 집결지가 유지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성평등 사회와 성매매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성평등 사회로 (가는) 길이 요원한 가운데 집결지가 유지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원 후보자는 수요가 많은 아이돌봄 서비스가 지지부진한 이유로 “돌봄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관행”을 꼽았다. 그는 “아이돌봄은 저출생과 직결된 문제이고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는데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의) 강도는 높은데 처우가 낮으면 다른 일자리로 가기 때문에, 아이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 후보자는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재직했던 2023년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긴급구제 신청에 기각 의견을 낸 점을 두고 “박 대령과 (채 상병) 유족들께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트럼프 관세의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은 아직은 전면적이지 않다. 관세 부과 유예와 협상 지연이 다반사였고, 물가 상승을 내다본 업체들이 미리 재고를 확보해둔 덕이다. 관세의 영향은 그 인상분이 수출 가격으로 얼마나 전가될 수 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법인데, 그동안은 수출업체들이 해외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가격을 올리는 대신 국내 공급체계 내에서 손실을 흡수해온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관세 영향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공개된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 탓에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0.45%포인트, 내년 0.60%포인트만큼 줄어든다. 올해만 놓고 보면 대략 11조원 넘게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셈이다. 물론 이런 추정값은 의미가 제한적이다. 대미 투자 확대의 국내 산업 구조에 대한 효과, 국제 질서 변화에 따른 영향 등이 고려되지 않아서다. 다만 한국은행이, 미국 현지 생산의 확대가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초래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고용 위축과 인재 유출이 야기될 가능성을 경계한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래서도 한·미 통상 협상과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정부가 미국 측에 1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마스가(MASGA)’ 조선업 협력 사업은 경제성과 안보 연관성의 양 측면이 다 중요하다. 미국 현지의 높은 생산 원가 탓에 신조 선박이 가격 경쟁력이 없는 점, 수십만개 부품을 조달할 후방산업 공급망이 현지에 구축되지 않은 점, 현지 투자 규모에 비해 수주 규모에 불확실성이 있고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과거 위스콘신 조선소를 인수했던 이탈리아 조선사 ‘핀칸티에리’ 사례처럼 될 수 있는 점은 사업성을 불투명하게 한다. 미국은 한국 자본이 투자한 자국 내 조선소에 대해 결국 자국의 완전한 소유와 통제를 관철하려 들 것이다.
마스가 사업은 한국이 기술과 자본을 제공해 미국의 중국 견제를 지원하는 성격으로 미국의 필요에 맞춰 한·중관계를 희생시키는 선택이므로 안보 측면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 해군 기지를 위한 특화 조선소가 추진되어 시설이 미국에 무상 공여되고 인접 방위산업 특별구역에 대해 미 해군이 치외법권을 인정받는다면, 독립국가의 주권 사항이 외국 군대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되고 제한되는 것이기에 그것 자체가 문제적 사건이다. 더욱이 특화 조선소가 제2의 사드가 될 위험 또한 배제할 길 없다.
조선업 협력 기금을 포함해 한국 정부와 재벌이 이번에 미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전체 기금은 무려 5000억달러에 이른다. 액화천연가스(LNG) 구매까지 더하면 6000억달러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두 배 큰 일본보다도 많은 액수다. 이는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고 올해 본예산쯤은 훌쩍 넘어선다.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시기 8년간 대미 무역 흑자 누계의 약 3배인 것을 보면 애초부터 무역 불균형 시정은 핑계였다. 이 정도의 외화자금이 인출될 예정인데 한국 경제에 부담이 작을 리 없다. 그런데 그렇게 ‘진상’되는 기금은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한다. 기금 수익의 90%는 미국에 귀속된다. 그러니 이건 투자가 아니다. 자본주의 논리도 아니다.
지금 미국은 해외 수요 시장에 의존해온 한국 경제의 약점을 이용해 고율 관세를 수단 삼아 공납 관계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노골적인 제국주의 경제 침탈을 자행하고 있다. 종속국의 투자라는 외견을 갖춰 자본, 기술, 제조 역량이라는 공물을 제국 중심부로 집중시킬 것을 강요한다. 이는 자본주의 가치 법칙과 무관한 전(前)자본주의적인 수탈이므로 공납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프랑스 정치경제학자 사미르 아민이 전(前)자본주의 질서로 분류했던 공납제가 오늘 지배와 종속의 국제 관계로 부활하고 있다.
이번 한·미 통상 협상에서 정부는 한·중관계의 우호적 관리와 안정적 유지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국 측에 끝까지 끈질기게 설득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동맹의 덫에 스스로 걸려들었고 미국의 포석대로 움직이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미국의 봉건적 수탈을 수용했다. 그 대가로 자동차 관세율 인하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완성차 자본이 미국 현지 생산 계획을 줄일 일은 없다. 국내 물량 축소는 피할 수 없다. 부품사 노동자들 앞에 놓인 고된 구조조정의 시간도 그렇다. 조선업 노동자들이라고 다를까. 국내 투자 위축으로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되기 쉽다. 정부의 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내년도 예산안에 배정된 통상 현안 대응 2조1000억원으로는 닥쳐올 쓰나미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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