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PS, 교섭 응하고 직고용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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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 댓글 0건 조회 45회 작성일 25-08-31 02:45본문
2019년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정부에 발전소 경상정비 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권고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로 권고안을 이행하라는 노동계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죽음을 외주화해온 공기업 한전KPS의 구조적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며 “한전KPS는 항소하지 말고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를 지체 없이 추진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이날 한전KPS비정규직지회 노조원 24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들은 지난 6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숨진 김충현씨의 동료들로, 한전KPS 하청업체(한국파워O&M, 삼신 등) 소속이다. 법원이 공기업의 외주화 관행에 위법 판단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대책위는 한전KPS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파견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파견법에 따라 원고별로 최초 입사일 기준으로 한전KPS가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긴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2010년 8월 이전 입사한 하청노동자는 입사일로부터 2년 지난 시점부터, 2010년 8월2일~2012년 8월1일 입사자는 2012년 8월2일부터, 2012년 8월2일 이후 입사자는 입사일부터 즉시 한전KPS가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한전KPS에 직접 교섭을 하자고 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판결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을 위해 한전KPS와의 교섭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판결문이 아니라 한전KPS와 노조의 합의서가 작성돼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한국서부발전 → 한전KPS → 재하청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안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사고를 만드는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대책위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1억원의 노무비가 4900만원으로 삭감됐다”며 “그동안 차별로 인해 발생한 임금 손실과 고통에 대한 정당한 배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대책위는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도 공공부문에서 불법파견과 외주화를 철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원고 측 대리인단에 참여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발전사·한전KPS는 발전소 운전·정비 업무의 외주화란, 명목이 도급일 뿐 그 실질은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발전소 운전·정비 업무의 외주화에 대한 전면적인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동일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를 모두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위안부 문제 꺼내자방일 회담 설명 “앞날 밝아”
미 싱크탱크 CSIS 연설서미·중 사이 ‘현실론’ 언급도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며 한·일 및 한·미·일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 싱크탱크 초청 연설에서는 한국이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추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친중 우려를 불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한·일관계도 어느 정도 수습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제가 미리 일본과 만나서 걱정할 문제를 다 정리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지난 23일 일본을 찾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회담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거론하며 “과거사 때문에 한국과 일본을 다시 화해시키기 쉽지 않았다”고 말한 데 반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바라고 있다”며 “대북정책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를 만났을 때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여러 장애 요소가 많이 제거됐다고 생각한다”며 “한·일관계 앞날이 밝다고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뒤 미국으로 향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한·일 및 한·미·일 관계 강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에서도 일본을 먼저 방문한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협력을 긴밀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에서 안미경중 노선을 두고 “한국이 과거처럼 이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몇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미국의 정책이 명확하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동맹국들의 안미경중 전략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미국도 중국과 기본적으로 경쟁하고 대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협력할 분야에서는 협력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고 미국을 방문한 것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은 정부 내외 할 것 없이 아주 호의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가 올가을 발표할 예정인 국가방위전략(NDS)의 최종 초안을 완성했으며, 여기에 JD 밴스 부통령의 영향이 반영됐다고 닛케이아시아가 28일 보도했다.
최종 초안을 읽은 한 소식통은 이 매체에 “전체 분량은 80페이지가량이며, 지난 2월 밴스 대통령의 뮌헨안보회의 연설과 인터뷰 내용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됐다”고 말했다. 또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이 2021년에 쓴 <거부전략>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NDS는 미국의 국방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문서로,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새로 작성한다. 미국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전쟁 개수, 국방 예산 배분, 미군 병력 배치 등의 내용이 담긴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미국 우선 국방 전략’을 향한 전환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NDS 최종본을 오는 8월31일까지 제출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부통령이 국방 정책에 이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딕 체니 부통령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체니 부통령은 그 전에 이미 국방부 장관을 한 경험이 있었다.
앞서 밴스 부통령은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개입을 축소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유럽 국가들은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적 과제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하고, 자체 방어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유럽이 직면한 위협은 러시아도, 중국도 아니라, 유럽 내부에서 가장 중요한 근본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훈계해 유럽 당국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콜비 차관은 중국에 우선순위를 둔 방위 전략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는 <거부전략>에서 중국이 대만을 흡수할 경우 지역 전체의 세력 균형이 무너지는 도미노 효과로 미국의 안보와 번영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작성된 2018년 NDS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미 국방전문 매체인 디펜스원은 최근 “NDS 작성을 주도하고 있는 콜비 차관은 이번에 미국 본토를 최우선 의제로 삼고, 중국·러시아는 그다음 순위로 내리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본토 방어는 국경 보호, 골든돔, 치안 유지 등과 연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이 매체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2순위로 내려가더라도 관심도나 예산 측면에서 격하되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번 NDS를 구성하는 4가지 핵심축은 미국 본토 방어, 중국 견제, 동맹국 및 파트너국과의 부담 분담 확대, 방위산업 기반 활성화라고 전했다.
완성된 최종 초안은 곧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NDS가 공개되고 나면 중국 억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 증가 등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 압박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게 두려움이 하는 일이다 - / 찰나와 + 영원의 / 거리를 설정하는 것 / 덧없고 + 영원한’
20세기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페미니즘 작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는 회화와 판화, 조각과 설치작품 외에도 많은 글을 남겼다. 아버지가 사망한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는 미술 작품 활동을 멈추고 글을 남기는 데 열중할 정도였다. 이 기간은 부르주아가 우울증이 심해져 정신분석을 집중적으로 받은 시기이기도 하다.
부르주아는 10대 때 불륜을 저지른 아버지와, 이를 사실상 묵인한 어머니를 보며 자랐다. 그 전엔 아들을 원했던 아버지에게 사랑받는 딸이 되길 원했다고 한다. 청소년기 즈음해 부모에게 배신감을 느꼈고, 그 때문에 평생 마음의 병이 따라다녔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사망하자 큰 허망함을 느꼈다. 사랑과 증오, 가족에게 느낀 양가적인 감정은 부르주아가 쓴 글의 ‘덧없고 영원한’이라는 형용 모순적인 표현과도 어울린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오는 30일 개막하는 전시 ‘루이즈 부르주아 : 덧없고 영원한’은 부르주아의 삶이 투영된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940년대 초기 회화부터 1990년대의 대형 설치 작품, 사망 직전에 제작한 영상에 이르기까지 11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미지나 개념이 아니라 감정을 재현하길 원했다고 생전에 말한 부르주아의 ‘양가적 감정’은 전시 구성에서부터 드러난다. 전시장 1층은 의식 세계를, 2층은 무의식 세계를 주제로 삼았다.
부르주아에게 명성을 안겨 준 거미 조각도 양가적 감정의 표상이다. 2000년 영국 테이트모던에 출품되고 호암미술관도 소장 중인 대형 거미 조각의 이름은 ‘엄마(Maman)’다. 태피스트리(직물 공예품) 공방에서 바느질했던 어머니를 거미줄을 짓는 거미에 비유한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웅크린 거미’(2003)도 같은 방법으로 어머니를 은유하고 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대형 거미는 그리움과 사랑의 대상이면서도 두려운 존재였던 어머니를 묘사했다.
부르주아는 자녀들에게도 양가적 감정을 느꼈다. 붉은 과슈(불투명 수채물감)로 그린 12점의 ‘꽃’ 연작(2009)은 모두 한 줄기에서 다섯 봉오리가 뻗어 나와 있는데, 이는 가족 구성원 5명을 의미한다. 부르주아는 부모와 자신을 포함한 3남매와 한 가족을 이뤘고, 결혼 후에는 남편과 아들 3명 뒀다. 한편으로는 출산은 어머니로부터의 버려짐이라고 느꼈다. ‘좋은 엄마’(2003)에서 어머니의 가슴에서 나오는 하얀 실은 모유를 수유하는 어머니의 모성애와 자녀에 묶이게 되는 여성의 삶을 동시에 표현했다.
1940년부터 남근을 연상케 하는 길쭉한 목조 조각 ‘인물’ 연작을 만들어 온 부르주아는 집중적인 정신분석 이후인 1960년부터는 인간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연상케 하는 작품들을 해낸다. 이후 어린 시절 상처를 입힌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 설치 작품 ‘아버지의 파괴’(1974), 나무 벽이 둥글게 둘러선 곳에 부모의 침실을 엿보게 구성된 ‘붉은 방(부모)’(1994),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부상을 당한 아버지를 문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의족과 의수를 낀 채 서로를 껴안은 사람을 표현한 ‘커플 III’(1997)과 ‘커플 Ⅳ’(1997) 등으로 다양하게 발전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는 부르주아가 타계 직전까지 작품으로 표현한 대상이자, 작품 활동을 이어간 원동력이었다. 다만 그 아픔을 표현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커플’(2003)을 비롯한 나선형의 조각들을 통해 복잡한 감정을 하나로 융화하려는 시도 또한 해 왔다. 전시장 로비의 중앙과, 전시 동선의 처음과 끝에 설치된 다양한 나선형 조각은 양가적 감정 탓에 괴로움을 느끼는 중에도 과거와 화해하려는 부르주아를 생각하게 한다.
부르주아의 전시가 국내 미술관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것은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전시 이후 25년 만이다. 전시는 내년 1월4일까지. 관람료 1만6000원.
다음달 2일에는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부르주아의 개인전 ‘Rocking to Infinity’도 개막한다.
‘반젠더’ 중심엔 종교단체·정치권비판적 사유 없이 혐오 대상 규정
“페미니즘, 차이 인정 ‘정의 투쟁’”주디스 버틀러, 전 지구적 고찰서윤석열의 여가부 해체 시도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정부 문서에서 사회적인 의미의 ‘젠더(gender)’ 대신 생물학적 의미의 ‘성(sex)’이라는 용어만 써야 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오늘부로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될 것”이라며 “인종과 성별을 공공 및 사적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조작하려는 정부 정책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정체성을 국가나 사회가 규정하고 고정화하려는 시도는 트럼프의 미국이라는 일부 지역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성별과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이 일부 종교계와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는 것조차 힘들다.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랴주디스 버틀러 지음 | 윤조원 옮김문학동네 | 484쪽 | 2만 8000원
책은 트럼프를 포함해 ‘젠더’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왜 이런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지 살핀다. 저자는 1990년 <젠더 트러블>을 통해 ‘성별은 곧 젠더이고, 젠더는 어떤 사람이 행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는 수행성 이론을 정립한 퀴어 이론과 젠더 연구의 권위자 주디스 버틀러다.
책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2017년 학회 참석차 방문한 브라질에서 그는 자신을 상징하는 인형을 만들어 불태우고 팻말 시위를 벌이는 성난 군중을 목격한다. 시위대는 버틀러가 소아성애와 근친상간을 옹호한다는 헛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에게 젠더는 기존의 체계를 위협하는 이데올로기가 돼 있었다. 버틀러는 이 현장을 목격하고 이번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반젠더 이데올로기의 중심엔 바티칸이 있다고 봤다. 그는 “젠더가 위험한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은 1990년대 로마가톨릭교회 가정평의회가 ‘젠더’는 가족과 성서의 권위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하면서부터 등장했다”며 동성애에 대해 개방적인 접근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도 “우리는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이 절멸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적 성 구분을 벗어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바티칸과 우파 복음주의 교회라는 종교 집단의 반젠더 운동에 정치권도 호응한다. 트럼프를 포함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보수 정치인들이 젠더를 기존 사회 체계를 위협하는 사상으로 비난했다. 버틀러는 이런 낙인을 ‘젠더 판타즘’이라고 말한다. 판타즘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나 상상 속에서 실제처럼 작동해 심리적·정서적 효력을 발생시키는 특정한 이미지다. 저자는 젠더 “판타즘의 장면”에는 “용어에 대한 합의”도 “비판적 사유”도 없다고 말한다. 오직 젠더가 전통적 가족을 해체하고 아이들을 나쁘게 물들인다는 “두려움”뿐이다. 한 집단을 사회적 공포와 혐오를 유발하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난민, 이민자 등 국가의 이익을 위협하는 소수자에 대한 배제의 정서와도 상통한다.
우익 종교 집단과 정치권의 논리에 래디컬 페미니스트 일부도 함께 복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가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경기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호응하기도 했다. 저자는 생물학적 성별 구분을 고집하는 ‘트랜스 배제적 래디컬 페미니스트(터프, TERF)’가 “트랜스인 사람들의 삶이 실재임을 부정하면서 젠더 범주, 특히 여성이라는 범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성별 지정은 하나의 시점에 고정된 행위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될 수도 있고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회적 역사”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페미니즘은 언제나 정의를 위한 투쟁이었고, 가장 이상적인 페미니즘이야말로 연대를 형성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가운데서 벌어지는 바로 그러한 정의 투쟁이다. 트랜스 배제적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이 아니다. 아니, 페미니즘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반젠더 이데올로기의 전 지구적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 한국도 짧게 등장한다. “대한민국의 전 대통령 윤석열이 말했듯이, 여성들은 예속 상태에서 결코 불만이 없었고, 그가 보기에 폭력, 괴롭힘, 임금 불평등에 대한 오늘날 여성들의 불만은 ‘외부’와 ‘다른 어딘가’에서 유래한 발상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이로써 급성장하는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무효가 된다. 예측대로 그는 당선 후에 정부 산하 여성가족부의 해체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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